초전도체가 특별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건 이제 다들 아시죠? 그런데 이 초전도 현상은 모든 물질에서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나타나더라도 그 온도가 다 다릅니다. 오늘 우리는 초전도체들이 어떤 종류로 나뉘고, 왜 어떤 초전도체는 이미 활용되고 있고 어떤 초전도체는 여전히 꿈의 물질로 남아있는지, 그리고 인류가 상온 초전도체를 찾아 나서는 치열한 여정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함께 깊이 파고들어 볼 거예요.

초전도체완전정복


차가운 실용성: 저온 초전도체의 세계

1. 극저온의 파수꾼: 헬륨 냉각이 필수적인 초전도체

가장 먼저 발견되고 현재까지 가장 널리 사용되는 초전도체들은 저온 초전도체(Low-Temperature Superconductor, LTS)라고 불립니다. 이름 그대로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온도가 아주 낮다는 뜻인데요, 주로 액체 헬륨 온도인 섭씨 영하 269도(4.2K) 근처에서 작동합니다. 2편에서 이야기했던 카멜링 온네스가 발견한 수은 초전도체가 대표적인 저온 초전도체죠.

2. 저온 초전도체의 현실과 한계: 비싸고 까다로운 냉각

저온 초전도체는 니오븀-티타늄(Nb-Ti)이나 니오븀-주석(Nb3Sn) 합금처럼 이미 실생활에 활발히 응용되고 있습니다. 병원의 MRI 장치나 입자가속기, 그리고 핵융합 연구에 사용되는 강력한 자석들이 바로 이 저온 초전도체로 만들어집니다. 이 물질들은 높은 자기장에서도 초전도성을 유지하는 2종 초전도체이기 때문에 강력한 자석을 만들기에 적합하죠. 하지만 액체 헬륨은 매우 비싸고 다루기 까다로우며, 이를 보관하고 사용하는 데 필요한 설비 또한 복잡하고 고가입니다. 이 냉각 비용과 유지 관리의 어려움이 저온 초전도체의 상용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됩니다.

따뜻한 가능성: 고온 초전도체의 등장

1. 액체 질소 시대의 개막: 새로운 희망

저온 초전도체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많은 과학자들이 더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물질을 찾아 헤맸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1986년, 스위스의 베드노르츠와 독일의 뮐러가 섭씨 영하 196도(77K) 정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고온 초전도체(High-Temperature Superconductor, HTS)인 란탄-바륨-구리 산화물(LBCO)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액체 헬륨보다 훨씬 저렴하고 구하기 쉬운 액체 질소로 냉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혁명적인 발견으로 평가받았어요.

2. 고온 초전도체의 매력과 연구의 어려움

이후 YBCO(이트륨-바륨-구리 산화물)와 같은 더 높은 임계 온도를 가진 고온 초전도체들이 계속해서 발견되었습니다. 고온 초전도체는 저온 초전도체보다 냉각 비용이 저렴하고 실용화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많습니다. 고온 초전도체는 대체로 세라믹 물질로 만들어져 가공이 어렵고 깨지기 쉬우며, 대량 생산 기술도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또한, 임계 전류 밀도가 낮아 대용량 전송에 한계가 있는 등 상용화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저온 초전도체보다는 훨씬 희망적인 가능성을 열어준 것은 분명합니다.

꿈을 향한 끝없는 도전: 상온 초전도체를 찾아서

1. 성배를 찾아서: 인류의 궁극적인 목표

초전도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상온 초전도체(Room-Temperature Superconductor, RTS)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상온 초전도체는 특별한 냉각 장치 없이도 우리 주변의 상온에서 초전도 현상을 나타내는 물질을 말합니다. 만약 상온 초전도체가 발견된다면, 이는 인류에게 전력 손실 0%의 에너지 시스템, 자기부상열차, 핵융합 발전, 양자 컴퓨터 등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기술들을 현실로 만들 엄청난 파급력을 가져올 것입니다.

2. 수많은 시도와 끊이지 않는 논쟁

수많은 과학자들이 상온 초전도체를 찾기 위해 노력해왔고, 때로는 긍정적인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완벽하게 검증되고 재현 가능한 상온 초전도체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2023년 대한민국에서 발표된 LK-99 논문은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었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상온 초전도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도전과 논쟁은 초전도체 연구가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 분야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하지만 동시에 인류가 이 꿈의 물질을 향해 얼마나 간절히 나아가고 있는지도 증명합니다.

물질의 새로운 지평: 초전도체가 그리는 미래

저온 초전도체부터 고온 초전도체, 그리고 아직은 미지의 영역인 상온 초전도체까지. 초전도체는 발견된 이후 끊임없이 진화하며 인류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물질의 특성을 이해하고 제어하려는 과학자들의 끈질긴 노력 덕분에 우리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일들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언젠가 냉각 장치 없이도 작동하는 상온 초전도체가 발견되어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날을 기대하며, 다음 시간에는 초전도체가 가져올 에너지 혁명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